[유기화학] (4) 유기반응 - 19. “왜 반응이 일어나는 걸까?”

 

왜 반응이 일어나는 걸까?

분자는 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결합을 만들고, 끊고, 바뀌고 싶어할까?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. 이건 에너지의 이야기다.

📌 반응의 진짜 출발점

우리는 그동안 친핵체, 전자쌍, 화살표를 통해 ‘어떻게 반응이 일어나는가’를 배웠다.

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 보자.

“왜” 반응이 일어나는가? 어떤 분자는 반응하고, 어떤 분자는 반응하지 않는다.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?

⚛️ 반응의 조건은 ‘에너지’다

분자가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려면 일정한 에너지의 흐름이 필요하다.

그 흐름은 크게 두 축에서 설명된다:

  1. 열역학적 요인 (Thermodynamics) – 반응이 일어나고 나서 얼마나 안정한가?
  2. 동역학적 요인 (Kinetics) – 반응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가?

즉, 할 수 있는가?할 마음이 있는가?는 다르다는 것이다.

🌡️ 열역학: 안정함을 향한 갈망

모든 분자는 ‘더 안정한 상태’를 향해 움직인다. 이건 자연의 법칙이자, 분자의 본능이다.

자유 에너지 (Gibbs Free Energy, ΔG)

반응물과 생성물의 자유 에너지 차이를 말한다.

  • ΔG < 0 →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남
  • ΔG > 0 → 반응이 일어나지 않음
ΔG = ΔH - TΔS
  • ΔH: 엔탈피 변화 (결합 에너지)
  • ΔS: 엔트로피 변화 (무질서도)
  • T: 절대 온도

즉,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결합이 깨질 때보다 만들어질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안정하게 내놓아야 한다.

📉 반응 좌표와 에너지 곡선

반응의 에너지 흐름은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.

        전이 상태
            ▲
 반응물   / \
         /   \
        /     \
       ▼       생성물
  • 가로축: 반응의 진행 정도 (반응 좌표)
  • 세로축: 자유 에너지

전이 상태 (Transition State)

반응 중간에 존재하는 가장 불안정하고 에너지가 높은 상태

이걸 넘어야 반응이 일어난다. 이걸 넘지 못하면,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.

🚧 활성화 에너지 (Ea)

반응이 시작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.

  • Ea가 낮을수록 → 반응이 쉽게 일어남
  • Ea가 높을수록 →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음

비유하자면:

에너지가 높은 언덕 위에서 공을 굴릴 때, 처음 밀어 올리는 힘이 바로 Ea다.

⏱️ 반응속도 = 동역학

반응이 자발적이더라도, 너무 느리면 의미가 없다.

이건 반응속도(rate)가 결정한다:

rate = k[A]^x [B]^y
  • k: 속도 상수 (Ea에 의존)
  • A, B: 반응물 농도
  • x, y: 반응 차수

이때 k는 다음 식으로 계산된다:

k = Ae^(−Ea/RT)

즉, Ea가 클수록 k가 작고 속도가 느리다.

🌊 반응이 자발적이어도 느릴 수 있다

자연은 ‘할 수 있는 것’보다 ‘하려는 것’을 선택한다.

ΔG가 작아도 Ea가 높으면 분자는 움직이지 않는다.

이건 우리가 일상에서 ‘하기 싫은 일’과 비슷하다. 하면 좋은 줄 알지만, 막상 에너지가 들어서 하지 않게 된다.

🧪 예시: 반응 비교

1. 연소 반응 (CH₄ + 2O₂ → CO₂ + 2H₂O)

  • ΔG 매우 작음 (강력한 자발성)
  • 하지만 → Ea가 있음 (불꽃 필요)

2. 아세트산 + 에탄올 → 에스터

  • ΔG: 음수 (반응성 있음)
  • 속도 느림 → 촉매 필요 (산촉매)

🔍 왜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?

  • ΔG > 0 → 생성물이 안정하지 않음
  • Eₐ ↑ → 반응 장벽이 너무 큼
  • 분자 충돌 실패 (기하학적 배치 불일치)
  • 용매 효과 → 전자쌍이 막힘

🧠 반응 조건 = 분자의 심리 상태

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다음이 맞아야 한다:

  • 🔋 에너지 차이: 움직일만한 동기
  • 📈 활성화 에너지: 넘을 수 있는 언덕
  • 🧲 올바른 배치: 분자의 각도, 거리
  • 🌀 환경: 온도, 용매, 촉매

🌀 촉매의 역할

촉매는 반응물이나 생성물은 바꾸지 않지만, 전이 상태를 안정화시키고, Ea를 낮춰 반응이 ‘더 쉽게’ 일어나게 만든다.

즉, 같은 길이라도 더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안내자다.

📌 반응 경로의 비교

같은 생성물이라도, 가는 길은 여러 개일 수 있다.

  • 짧지만 언덕이 높은 길
  • 멀지만 평평한 길

분자는 항상 가장 쉬운 경로(가장 낮은 Ea)를 선택한다.

📎 마치며

반응은 감정이 아니다. 하지만 그 흐름은 감정과 비슷하다.

분자는 항상 안정함을 원하고, 그 안정함에 도달하려는 길에는 언제나 장벽이 있다.

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, 그 방향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.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유기화학이다.

📎 한줄 요약

유기 반응은 에너지 흐름의 결과이며, 반응은 안정성과 장벽의 균형 속에서만 일어난다.